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. 그냥…, 그냥 그러고 싶더라고요. 특별한 날이라 그랬던 걸까요? 사람들의 환호와 뒤엉킨 종소리 같은 것들이 저를 들뜨게 만든 걸까요? 이것 또한 기적일지도 모르겠네요. 그렇다면, 올해에도 죽지도 않고 또 찾아온 날에 바치며. 메리 크리스마스. 그는 아주 오래간 그곳에 서 있었다. 아마 정확하진 않지만 처음 그를 본 것은 아침이었다. 동이 막 틀 즈음 어슴푸레한 빛이 머리 위를 감돌고, 그 복숭앗빛 머리칼이 덜 익은 풋내기의 색을 지닐 때부터. 나는 그저 지나가던 길이었으므로 곧 그를 잊어버렸다. 이른 시간부터 대로에 나와 있다는 것은 나 또한 바쁜 하루를 시작하며 숨돌릴 여유 없이 어딘가로 달려 나가고 있었다는 뜻이었기에. 응당 오이 샌드위치라고..